남들은 나아가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을 때 일하면 쉬고 싶고 그래서 쉬면 다시 일하고 싶어지는, 생각해본다.
끝나지도 끊어지지도 않을 것 같은 이 속박에서 몇 해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성실함과 꾸준함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걸까, 아니면 타고나는 걸까. 연극을 하며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견디고 배우의 인터뷰를 봤다.
그의 인고와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를 멈춤 없이 나아가기를 지속하게 했는지 궁금했고 더 정확히는 부러웠다. 생기를 잃어 점점 갈색이 되어가는 잔디처럼
놓아버릴수록 삶은 더 잿빛에 가까워졌다.
글쓰기나 독서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아갈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시간을 견디는 건 무모할 만큼 확률이 낮은 꿈을 꾸는 것보다 더욱 어두컴컴한 날들이었다.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색채를 잃은 잔디에도 연둣빛이 내릴 날이 오겠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안 <슬픔이 환해지는 순간>중에서- 받은글(등대님) 편집입니다! 2024.2.3.아띠할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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